낮시간이 잠시 비었다. 기회다. 어릴때는 가까이에 살아서 소풍삼아 산책삼아 운동삼아 자주 가던 국립현대 미술관. 남주니가 갔다왔다니 또 마음내서 한번 가봐야지. ㅎㅎ
최욱경님은 남주니가 보던 "요절"이라는 책에도 소개된 작가분이다. 45세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한참 세계관이 완성되어가고 작품의 완성도도 높아지던 무렵에 돌아가셨다니 안타깝다. 지금도 살아계셨다면 80대의 원숙한 화가가 되어 정말 많은 대작들을 내놓으셨을 것만 같은데..
1.미국이라는 원더랜드를 향하여(1963~1970)
최욱경은 서울대를 졸업한 1963년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1963~1966년 사이의 유학 기간 동안 그는 추상표현주의와 후기회화적 추상에서 팝아트와 네오 다다에 이르기까지 동시대 미국 현대미술을 폭넓게 학습했다.
미국유학 중 그녀가 받았던 문화적 충격과 혼란을 그녀는 앨리스에 비교하며 앨리스, 기억의 파편 이라는 작품을 남겼다. '한국 전쟁'이후 하루가 다르게 서양식 산업화에 몰두하며 발전하던 조국을 떠나 이상향이었던 미국으로 떠났는데, 이 미국이라는 이상적인 나라에서는 도리어 베트남 전쟁의 영향으로 기존 사회 질서를 거부하는 히피문화가 성행하고 있었으니 그 혼란과 충격은 말그대로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가 된 기분에 비견될 만 하다.
최욱경이 미국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된 것은 1968년 뉴햄프셔에 위치한 프랭클린 피어스 대학의 조교수로 재직하게 된 시기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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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의 작업에서 절규하는 <화난 여인>이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발언하는 <평화>속의 단호한 여성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은 최욱경이 유학생에서 교수로 자신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며 미국 사회에 적응해 가는 과정 그 자체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2. 한국과 미국, 꿈과 현실의 사이에서(1971~1978)
1971년 귀국한 그녀는 단청과 민화를 통해 한국적 구도와 색채에 관심을 가지고 서예와 한국화를 배우기도 했다.
서예와 단청은 주제적으로는 동양의 자연관과 세계관을 함축적으로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화려한 색채와 추상적인 조형성 등에 있어서도 1970년대 최욱경 작업의 또 다른 참조의 대상이 되었다.
1976~1977년에는 뉴멕시코에 위치한 로스웰 미술관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가했는데, 이 경험은 최욱경의 작업 전반에 있어 주요 변곡점으로 작용했다. 이 시기에 제작된 작품들에는 꽃과 산, 새와 동물을 연상케 하는 유기적 형태들이 뒤얽혀 있으며, 회전하면서 군무를 추거나 날아오르듯 부유하는 생명감이 넘치는 대작들이 주를 이룬다.
...
최욱경은 이 작품들을 제작하는 데 있어 영감을 준 요인으로 뉴멕시코의 풍경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언급한 바 있다.
3. 한국의 산과 섬, 그림의 고향으로 (1979~1985)
4. 에필로그. 거울의 방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최욱경의 자화상은 전시용 작품이라기보다 그가 시를 쓰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던 것처럼, 자화상을 그리던 시기의 자신을 시각적으로 포작해 기록하는 수단에 가까웠다.
작품 사진이 별로 없네..사실 어떤 작품들은 너무 좋은데 사진으로 남기질 못해 올리지 못했다. 이 분이 지금도 살아계셔서 작품활동을 하고 계신다면 좋을 것 같다. 그림에서 무언가 폭발할 것 같은 열정과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어떤 느낌들을 표현하신 것 같아 한참동안 넋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던 작품들도 많이 있었다. 그런것들은 되려 사진을 찍지도 못했다. 전시기간이 얼마남지 않았으니 직접가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남주니 덕에 또 좋은 시간 가졌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시 한편 올려봅니다.
나의 이름은
아주 먼
옛날
한 때에
나의 이름은
마루 위에서 손 그림자와 놀던
겁 많게 <눈 큰 아이>였답니다.
한 때에
나의 이름은
낯설은 얼굴들 중에서
말을 잊어버린 <벙어리 아이>였습니다.
타향에서 이별이 가져다 주는
기약 없을 해후의
슬픔을 맛본 채
성난 짐승들의 동물원에서
무지개 꿈 쫓다가
<길 잃은 아이>였습니다.
결국은
생활이란 굴레에서
아주 조그마한 채
이름마저 잃어버린 <이름 없는 아이>랍니다.
나의 이름은
<이름 없는 아이>랍니다.
-최욱경, "낯설은 얼굴들처럼" 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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